커피 맛은 단순히 원두의 품종이나 로스팅뿐 아니라, 분쇄도(grind size) 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. 입자가 굵으면 연한 맛, 너무 고우면 텁텁한 맛이 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.
커피를 추출할 때 물은 커피 가루를 통과하며 향미 성분을 녹여내는데, 이때 입자의 표면적이 넓을수록 물과의 접촉 면적이 넓어지고, 추출되는 성분도 달라집니다. 입자 크기가 달라지면 추출 속도, 농도, 산미, 바디감, 쓴맛까지 크게 달라집니다.
이 글에서는 입자 크기에 따른 맛의 차이, 추출 방식에 따른 분쇄도 추천, 초보자를 위한 그라인더 선택 팁까지 자세하고 실용적으로 알려드립니다.
분쇄도란?
**분쇄도(Grind Size)**란 커피 원두를 얼마나 굵게 혹은 곱게 갈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. 마치 소금을 굵게 갈거나 고운 소금으로 사용하는 것처럼, 커피도 추출 방식에 따라 적정한 입자 크기를 맞춰야 합니다.
이유는?
- 물이 원두를 통과하거나 머무는 시간
- 입자의 표면적이 넓을수록 성분이 더 빠르게 녹아나옴
- 분쇄도가 다르면, 맛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짐
입자 크기 분쇄도 예시 추출 시간 맛 특징
매우 굵음 | 굵은 소금, 후추알 크기 | 12시간 이상 (콜드브루) | 매우 부드럽고 약한 맛, 산미 적고 단맛 중심 |
굵음 | 바닷소금 정도 | 4~5분 (프렌치프레스) | 가볍고 부드러우며 향미 분산, 잡미 적고 텁텁함 없음 |
중간 | 설탕 정도 | 2~3분 (핸드드립, 클레버) | 균형 잡힌 맛, 산미-단맛-바디감 모두 안정적, 초보자 추천 |
중간-곱게 | 밀가루보다 살짝 굵음 | 1~2분 (에어로프레스) | 산미와 단맛 강조, 추출이 민감하여 정확한 조절 필요 |
고움 | 밀가루 수준 | 25~35초 (에스프레소) | 진하고 바디감 강함, 쓴맛이나 떫은맛이 나기 쉬움 |
매우 고움 | 밀가루보다 더 고운 분말 | 10초 이하 (터키식) | 향은 강하지만 텁텁하고 잔여물 많음. 필터 없이 함께 마시는 방식 |
입자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
커피를 마실 때 '진하다', '가볍다', '떫다', '산미가 도드라진다' 등의 표현은 단순한 원두 맛이 아니라 추출 조건의 결과물입니다. 그중에서도 분쇄도는 추출의 출발점입니다.
- 굵은 입자는 추출 시간이 짧아 카페인, 산미, 향미 성분은 일부 추출, 고형물은 적게 추출되어 깔끔하고 연한 맛을 냅니다.
- 고운 입자는 물과의 접촉 면적이 넓고 추출 시간이 길어지며 더 많은 성분이 녹아나지만, 과하면 텁텁하고 쓴맛, 떫은맛이 강해집니다.
과소추출 vs 과다추출
- 너무 굵다 → 과소추출(Under Extraction): 맛이 밍밍하고 산미가 시큼하게 느껴짐
- 너무 곱다 → 과다추출(Over Extraction): 쓴맛, 떫은맛, 입안 잔여감, 질감 둔해짐
추출 방식별 추천 분쇄도
추출 방식 권장 분쇄도 특징 및 주의사항
콜드브루 | 매우 굵음 | 침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산미 줄고 단맛 강조됨. 너무 곱게 갈면 텁텁하고 떫음 |
프렌치프레스 | 굵음 | 메쉬 필터 사용 → 미세한 분말이 너무 많으면 컵에 남아 텁텁해짐. 거칠수록 깨끗한 맛 |
핸드드립 (V60 등) | 중간 | 추출 속도, 드리퍼 모양, 물줄기 조절에 따라 미세하게 분쇄도 조정 필요. 중간 분쇄 기본값 |
클레버 드리퍼 | 중간~중간-곱게 | 침출+여과 혼합 방식. 바디감이 더 살아나며 단맛 부각 가능. 너무 곱게 갈면 과다추출 주의 |
에어로프레스 | 중간-곱게 | 추출 시간과 압력을 수동으로 조절 가능해 입자에 따른 실험이 흥미로움. 맛 방향성 조절 유연함 |
에스프레소 | 고움 | 고압 추출이므로 미세한 분쇄도 변화도 맛 차이 큼. 탬핑 압력, 추출 시간과 함께 세트로 조절 필요 |
터키식 | 매우 고움 | 분쇄도가 거의 분말 수준. 커피 입자까지 함께 마시므로 신선도, 품질, 클린컵 고려 필수 |
초보자를 위한 그라인더 선택 팁
그라인더는 단순히 '가는 도구'가 아니라, 맛 조절 장치입니다.
✅ 칼날형 vs 버(Burr)형
- 칼날형: 프로펠러처럼 회전, 분쇄 크기 불균형 심함 → 추천 X
- 버형(맷돌형): 분쇄 균일성 우수. 맛 품질이 훨씬 안정적 → 추천
✅ 수동 그라인더 vs 전동 그라인더
- 수동: 저렴, 조용, 분쇄도 조절 가능. 소량용/입문자 추천
- 전동: 빠르고 편함. 분쇄 균일성, 분쇄도 단계, 정전기 방지 여부 확인 필수
✅ 분쇄도 조절 범위 확인
- 에스프레소~콜드브루까지 다루려면 20단계 이상 조절 가능한 모델 추천
✅ 청소 용이성과 내구성 확인
- 오래 쓸 도구이므로 세척/관리 편의성과 교체 가능한 버 부품 여부도 체크
✅ 추천 브랜드 예시
- 수동: 타임모어 C 시리즈, 칼리타, 포렉스 등
- 전동: 펠로우 오드, 브루원, 벤타, 바짜 등
마무리
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첫 번째 변수는 ‘입자’입니다. 같은 원두, 같은 물, 같은 시간이라도 분쇄도 하나만 바뀌면 완전히 다른 커피가 추출됩니다.
따라서, 커피를 더 맛있게 마시고 싶다면 ‘나에게 맞는 분쇄도’를 이해하고, 도구에 맞춰 조절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입니다.
☕ 커피는 입자의 예술입니다. 그라인더 조절만 잘해도, 커피가 더 맛있어집니다.